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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ary International District 3650
<지구대회 참가기>
서울새신라RC 차기회장 김득영
동국대 물리반도체과학부 교수
3월의 끝자락, 이미 연록의 새싹들이 움트고 있었고, 곳곳에 노란 영춘화며 분홍의 진달래가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 섣부른 봄소식이 아니라 우리 지구대회를 축하하기 위해 부러 대회장 주변에 꽃 대궐을 이루어 놓은 듯하다. 대회장 안에 들어서자 정면 상단에 걸린 커다란 현수막이 시야에 들어온다.
‘한국 로타리 90주년 기념 국제로타리 3650지구대회’
‘90주년’이라는 문구에 순간 숨마저 멈춰지는 듯하였다. 그리 어려운 계산식도 아니건만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아니, 그때가 어느 시기인가? 국권을 빼앗긴 암울한 시기가 아니던가? 로타리 활동이 이 땅에서도 그때 이미 시작되었단 말인가? 국호조차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던 시기인데….
나의 로타리 커리어 10년이 한국 로타리 90년 역사에 오버랩되어 있다는 자긍심보다는, 이 땅에 로타리 씨앗을 뿌리신 선배들의 숭고함에 차라리 숙연해진다.
개막 공연에 이어 개회 타종이 울리고 행사가 본격 진행되고서야 대회 규모를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지구대회 준비위원으로 활동하는 우리 클럽의 회원으로부터 준비 상황을 들어 익히 알고 있었지만 현장에 와서 보고서야 실감하게 되었다. 행사는 마치 수차례의 리허설이 있었던 듯 매끄러웠고, 공간 구성과 동선 배치도 아주 조화롭게 운영되고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당일 참석 인원수가 무려 1천여 명이었다 한다. 그 많은 인원이 참여하는 행사를 빈틈없이 기획하고 일사불란하게 진행하는 준비위원들의 숨은 노고가 프로그램 진행과정 곳곳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었다.
이전에도 지구대회에 참석해 보았지만 이렇게 참석 인원수가 많은 적은 없었던 듯하다. 이순동 총재의 리더십과 패밀리 투게더 철학이 행사장에 그대로 조영되고 있는 듯하였다. 특히 이 총재는 대회사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제4차 산업혁명기에 로타리의 위상을 재정립할 필요성을 역설하고, 봉사활동도 이에 부합될 수 있게 그 방향을 새롭게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화두를 던져 모두의 공감을 얻었다.
마침 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의 ‘4차 산업혁명기에 사회봉사의 방향’을 주제로 하는 특별강연이 예고되어 있었다. 또한 이탈리아 사람으로서 30년 가까이 국적을 초월한 봉사활동을 펼치는 김하종 신부의 순서도 예정되어 있었다. 특히 김하종 신부는 우리 클럽의 정례 봉사 장소인 성남 ‘안나의 집’을 운영하는 봉사 실천가이기도 하다. 두 강연 모두 꼭 듣고 싶었지만 직장 사정으로 잠시 자리를 비울 수밖에 없어 아쉬웠다.
일을 마무리하고 서둘러 다시 행사장을 찾았을 땐 이장호 영화감독의 색소폰 연주가 장내를 꽉 매운 친교의 시간이었고 곧 만찬으로 이어졌다. 만찬이 끝나갈 무렵 개리 C.K. 후앙 전 RI 회장의 강평에서는 준비과정에서부터 현장 진행에 이르기까지 완벽 그 자체였다는 최고의 찬사가 있었다.
공식행사가 모두 끝나고 우리 클럽 회원 몇몇은 경리단길을 따라 남산의 봄길을 걸었다. 그때 우리 클럽 회장이 문득 오늘 특별강연의 성격을 명확히 정의해 주었다. 내가 묻기도 전의 일이다.
“4차 산업 시대 봉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윤종록 원장, 특별히 공기 중에서 식수를 만드는 워터젠 (Watergen) 이야기는 압권이었다.
김하종 신부는 말 설고 물 설은 이국땅에서 어떻게 이방인의 벽을 넘어 봉사해왔는지 그분의 진심이 그대로 느껴졌다.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두 강연은 이번 지구대회를 떠받치는 중심축이었고, 그 넓은 공간에 있는 청중들이 진지하게 경청하는 모습은 너무 인상적이었다.”
내가 감히 여기에 사족을 단다면 윤종록 원장의 강연이 4차 산업 혁명기에 있어서의 봉사의 개념을 다양한 In-bound 사례로 전해주었다면, 김하종 신부의 강연은 자신이 온몸으로 겪은 Out-bound 봉사의 실천적 사례를 웅변으로 보여준 것이 아니었을까?
경리단 밤길에 봄바람이 훈훈하다.